2025밀양은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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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기획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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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주라는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굉장히 큰 일들이 사실 아주 사소한 일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공주는 김현정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고요. 저희는 부부로서 육아를 함께하고 있는데, 장인·장모님이 공주에 계세요. 저희는 서울이나 분당에서 일을 하면서, ‘지역으로 간다면 어디가 좋을까?’ 고민했는데, 사실 정답은 하나밖에 없었던 거죠.
세종에서도 뭔가를 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공주라는 도시만이 가진 정서가 있어요. 특히 저희는 공주의 원도심에서 일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새롭게 만들어진 신도시보다는, 아무래도 구도심의 정취와 더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공주의 토종 곡물 생산자와의 협업도 지속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최근 쌀을 비롯한 곡물 농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토종 곡물을 공급받으실 때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또 생산자분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게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일단 저희가 활동하고 있는 공주 주변에 부여, 논산, 청양이 이렇게 붙어 있거든요. 근데 이 충청도 지역 내에서도 토종 곡물 농사를 짓는 분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 분들을 찾아다니는 게 저희의 일이에요. 첫 번째 협업 단계는 저희가 직접 찾아가서 저희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잘 소개드리고, “이런 곡물을 구매하고 싶어요”라고 인사드리는 거예요. 그리고 어느 정도의 물량은 저희가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으니까, 그걸 바탕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 상의드리고요. 그렇게 몇 번 대화를 나누게 되면, 나중에 저희 프로그램에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하거나 저희가 농장을 방문하기도 하면서 유대감을 이어가고 있어요.
제가 알기로 밀양에도 토종 곡물 농사 열심히 하시는 김진한 님이 계시고, 가까운 창원에도 좋은 생산자분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사실 생산자가 없으면 저희 일이 시작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지금 있는 몇 안 되는 생산자분들의 여러 활동을 저희가 도와드리려고 해요. 모내기를 함께 하기도 하고, 명함도 만들어드리고, 가벼운 프로필 사진도 찍어드리고요.
그런데 토종 곡물은 보통 노지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까, 작년처럼 수확 시기에 비가 갑자기 많이 오면 논밭이 잠겨버려요. 그러면 그대로 끝이에요. 예를 들어 논산의 ‘더불어농원’이라는 곳은 10년 넘게 토종콩을 재배하셨는데도 작년에는 수확량이 굉장히 적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예측 불가능한 자연 환경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위기감이 큰 상태예요.
그리고 생산자분들 대부분이 연세가 많으세요. 빠른 60대부터 70,80대 분들이 많고요. 그래서 저희는 가능하면 젊은 청년 농부들이 토종 곡물 농사를 지어볼 수 있도록 많이 권유하고 있어요. 아주 작지만, 공주 안에서 200평, 300평 규모로 저희를 위해 토종 농사를 지어주시는 청년 농부들도 조금씩 생기고 있거든요. 수적으로는 아직 많지 않지만, 물리적으로는 조금씩 늘고 있는 중이에요.
Q. 또 하나 궁금한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커피가 대부분 수입을 통해 들어오잖아요. 반면에 국내에도 좋은 티 생산자들이 많은데요. 이들과의 협업은 아직 없으신지, 혹은 계획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물론 커피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기에 커피와 곡물을 콜라보하게 되신 걸로 이해되지만, 로컬 생산자와의 협업이라는 측면에서는 커피보다는 티가 더 쉬운 방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곡물로도 차를 많이 만들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보리차, 율무차 같은 것들이죠. 저희도 내부적으로 테스트를 해봤을 때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가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건 아니다 보니, 지금은 기존 제품을 계속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서 아직 본격적으로 곡물차까지는 못 하고 있어요. 다만 다음번에 티 블렌딩 제품을 새로 만든다면 꼭 해보고 싶은 분야예요. 특히 하나의 곡물이 아니라 여러 곡물을 섞은 블렌딩 티로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어요.
Q. 그리고 지금은 토종 곡물을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 개발이나 식문화 경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신데, 혹시 토종 곡물을 직접 재배하거나 재배해보고 싶어하는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계신지, 아니면 계획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토종 곡물 재배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조심스럽게 운영 중이에요. 저희가 아무리 설명을 잘한다고 해도, 결국 실제로 농사를 짓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가장 설득력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분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서, 농부님들의 실제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판단하실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Q. 혹시 브랜드 개발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계신가요? 또 ACG에서 제공하시는 식경험은 단순히 카페에서 디저트를 맛보는 형태보다는, 워크숍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밥이나 곡물을 찾아가는 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거든요. 혹시 맞는 해석일까요? 아니면, ACG에서는 또 다른 식경험 콘텐츠도 운영하고 계신가요?
저희도 사실 곡물집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토종 곡물에 대한 확신이 있거나, 엄청 많이 알고 있어서 워크숍을 기획한 건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정말 조심스럽게 시작했고, 곡물 경험 워크숍도 초반 몇 년은 꾸준히 몇 차례씩 했었죠.
그 이후에는 단순히 곡물만 경험하는 워크숍이라기보다는, 그 곡물을 활용해서 요리사가 만든 요리를 함께 맛보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기도 했어요.
다만 지금은 그런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는 않아요. 다만 어떤 행사나 외부 요청, 기획 이벤트가 생기면 그에 맞춰서 ‘이왕이면 이 주제로 해보자’ 하고 워크숍을 구성하는 편이에요.
현재 상시적으로 제공하는 건 ‘곡물집 경험 투어’라는 프로그램이에요. 신청하신 7~10명 내외의 분들과 함께 미숫가루나 곡물을 가지고 직접 만져보고 맛보고 이야기 나누는, 좀 더 가벼운 체험 프로그램이죠.
사실 저희도 더 많은 워크숍이나 콘텐츠를 해보고 싶지만, 제한된 인력으로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하다 보니 아쉬운 점도 있어요. 그래도 이런 식의 경험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여건이 되는 한 조금씩 이어가고 있습니다.
Q. 곡물집 카페를 방문하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곡물 패키지만 있는 것 같아요. 제품들을 홍보하거나 판매하는 경로는 어떻게 되나요?
공주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구입할 수 있는 건, 저희가 가공식품 형태로 만든 제품들이고요. 곡물도 구매하실 수는 있지만, 양이 좀 제한적이에요. 사실 저희 입장에서는 매년 곡물 수급이 좀 부족하다 보니까, 원물로 소포장해서 판매하는 것보다는 그 곡물로 제품을 만드는 게 더 유리하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곡물집’인데 정작 곡물을 못 판다면 좀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일정 분량은 원물 그대로도 따로 빼서 판매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곡물집에 방문하신 분들이 디저트나 음료만 구매하시고, 쇼룸에 진열된 곡물들은 그냥 전시용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요즘은 상황이 좀 달라졌어요. 곡물 포장 단위를 200g으로 소분해서 판매하고 있는데, 그 정도 양이면 부담도 적고요. 어르신들은 “이게 너무 비싸다” 하시지만, 요즘 세대들에겐 5~6천 원 정도는 크게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고, 매 끼니마다 잡곡처럼 조금씩 섞어 먹으면 꽤 오래 먹을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콩 200g이면 일주일 정도 드실 수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곡물을 직접 사 가시는 분들도 많이 늘었고요, 특히 온라인을 통해 곡물 판매가 늘고 있어서… 사실 좀 걱정도 돼요. 너무 많이 팔리면 오히려 곤란하거든요. 수급이 워낙 불안정해서요.
Q. 최근 쇼룸팀 팀원 채용 공고를 봤는데요. ‘곡물집 공식’이라는 타이틀을 단 제품들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공간을 다른 지역에도 오픈할 계획이 있으신지도 궁금해요.
예전에 곡물집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고 대리점이나 지점 형태로 운영할 수 있느냐고 문의주신 분들이 몇 분 계셨어요. 그런데 일단 수익성이 아직 충분히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저희가 적극적으로 제안드리기는 어렵더라고요.
그보다는, 어떤 지역에서 토종 곡물을 직접 농사짓는 분이 그 지역의 디자이너나 능력 있는 메이커 분과 함께 저희처럼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신다면, 그런 분들에겐 정말 많이 도와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타지역까지 저희가 직접 운영하겠다는 계획은 없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사례 중에 예전에 일본에 타베루 통신이라는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지역마다 ‘먹는 이야기’를 담은 잡지를 만들었는데요. 그게 재밌는 게, 중앙에서 통일된 시스템이 아니라 각 지역마다 편집권도 다르고, 잡지 사이즈나 형태도 달라도 괜찮은 구조였어요. 다만 한 가지 ‘식자(먹을 식)’라는 주제만은 공통으로 유지했거든요.
그런 방식처럼, 토종 곡물을 주제로 지역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저희는 그런 시도를 정말 많이 응원하고 싶고, 온라인 스토어처럼 공동 운영이 필요한 부분은 같이 도와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직접 확장하기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지역 기반 모델이 퍼져 나갔으면 좋겠어요.
Q. 우리나라 곡물로 글루텐프리나 채식주의자를 위한 푸드·디저트 연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으신가요?
그런 푸드나 디저트 연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은 정말 많아요. 그런데 현재 저희 조직이나 인력 구성을 보면, 식품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시는 분들이 계신 건 아니거든요. 지금까지는 저희가 거의 다 직접 부딪혀보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왔고요. 그러다 보니, 우리 스스로 좋은 결과를 내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이번에 저희가 햇밀밭 소풍이라는 행사를 하면서, 음식이나 디저트를 연구하는 분들, 특히 베이커 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요. 앞으로는 그런 분들과 협업을 좀 해보고 싶어요. 푸드 개발이라는 건, 이제 정말 잘 아시는 분들이 제대로 맡아서 해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에요.
Q. 잼이나 스프레드는 장기 보관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곡물집 제품은 용량이 작던데, 혹시 보관기간이 짧아서 그런 걸까요?
저희가 처음 스프레드를 만들었을 때 500개에서 1,000개 정도 생산했었는데요, 다행히 그건 전부 판매가 되긴 했어요.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생산을 안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이게 냉장 보관 제품이다 보니까, 정말 식품 제조에 특화된 조직이 아니면 잘 다루기 어렵더라고요.
냉장이나 냉동 보관이 필요한 식품을 다루게 되면, 진짜 식품 제조 영역에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 위험하고,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 당시 저희가 첨가제를 넣지 않고 최대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약 4개월 정도였는데요, 사실 이 제품은 ‘완성도 높은 스프레드를 만들어서 많이 팔자’는 목적보다는, ‘여러 가지 곡물을 잼처럼 만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실험적 목적이 더 컸어요. 그래서 많이 만들고 많이 팔기보다는, “이런 결과가 나왔는데 함께 나눠보자” 하는 마음으로 만든 제품이었죠.
Q. 예전에 베이킹할 때 토종 밀가루를 사용해본 적이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쓰는 강력분, 박력분, 중력분처럼 구분된 형태가 아니라 품종 이름 위주로 판매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앉은키밀가루’처럼요. 혹시 그 이유가 있을까요?
네, 토종밀은 프랑스나 수입밀처럼 세분화된 기준이 아직 없어요. 특히 앉은키밀을 제분할 수 있는 제분소도 우리나라에 한두 군데 정도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그 제분소들도 여러 방식으로 제분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고, 그냥 한 방식으로만 제분이 가능해요.
그런데 앉은키밀 같은 경우는 좀 특이한 밀이에요. 아까 말씀드렸던 흑갱 쌀처럼요. 국수도 만들 수 있고, 수제비도 되고, 심지어 빵도 되는 하이브리드 밀이거든요. 그래서 전문 제빵용 밀가루처럼 아주 세밀하게 기능이 나뉘어 있진 않지만, 두루두루 사용할 수 있는 점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이건 결국 산업 구조에서 오는 한계라고 봐요. 국산 밀 소비가 더 많아지고, 수요가 다양해지면 자연스럽게 제분도 세분화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 기본적인 제분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