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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은대학] 밀양ON아카데미지속가능한 지역을 위한 지속가능한 미식

6월|2강_지속가능한 지역을 위한 지속가능한 미식

여름이니까, 밀양ON에서 만나!

날씨때문에, 휴가때문에, 지역때문에 오프라인으로 만나기 어려워도, 우리의 연결을 막을 수 없다! 여름을 맞이하며, 2025 밀양은대학 온라인 계절학기 ‘밀양ON아카데미’가 열렸습니다.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총 6회의 온라인 강의를 준비했는데요. 6월 강연에 신청자가 100명이 넘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연사소개

6월의 주제 ‘매력적인 도시’. 두 번째 연사는 충남 공주에서 곡물 경험 브랜드 ‘곡물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현정 대표입니다. 곡물집은 지속가능한 음식 경험을 제공하고, 그것으로 우리가 더 나은 일상을 꾸려가는 것을 돕는 것을 미션으로 합니다. 그 중심에는 ‘토종 곡물’이 있죠.
여기서 잠깐! 토종 곡물이란 특정 지역 기후의 토양에 적응해 오랫동안 살아남은 곡물을 말합니다. 씨앗을 계속 새로 구입해야 하는 상업용 종자와 달리, 자가 채종이 가능합니다.
곡물집은 아름답고 실용적인 디자인과 섬세한 기획으로 빠르게 로컬 비즈니스 시장에 안착했습니다. 알고보니 곡물집을 운영하는 김현정, 천재박 부부는 잔뼈굵은 일잘러였던거죠. ‘탐구’와 ‘협업’ 정신으로 무장한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롤모델, 곡물집의 이야기를 만나봅시다.

❶ 탐구 : 왜 식경험 디자인인가?

곡물집에 가면 원물 그 자체의 곡물부터 곡물을 활용한 식음료, 그리고 다양한 식경험 프로그램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공간의 한계를 넘어 미술전시와 그래픽 아트워크까지 분야를 망라하고 활동합니다. 곡물집은 카페가 아닌, 토종 곡물을 경험하는 공간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김현정 대표는 토종 곡물을 ‘식경험 디자인의 영역에서 소개하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강조합니다. 식경험 디자인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개념인데요. 온 감각을 활용해서 토종 곡물을 경험하고, 이 경험이 특별한 것에 그치지 않고 일상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제품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소포장된 제품만 보아도 곡물집이 지향하는 식경험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김현정 대표는 곡물이 가진 전통적인 이미지를 탈피하면서 젊은 세대도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자기만의 곡물 취향까지 발견할 수 있도록 제품을 기획한다고 말합니다. 커피의 싱글 오리진처럼, 곡물집에서 기획하는 제품은 곡물마다의 고유한 맛과 질감을 분명하게 표현합니다.
꾸준히 토종 곡물을 탐구하며 새로운 식경험의 장을 열었기 때문일까요? 곡물집은 더 넓은 협업의 기회를 맞이합니다.

❷ 협업 : 진심을 담아, 경계없이 종횡무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한 협업은 바로 생산자들과의 협업이죠. 다행히 공주 근처에는 토종 곡물을 생산하는 생산자들이 꽤 많습니다. 곡물집의 출발부터 생산자들과의 협업은 중요한 의제였는데요. 관계가 자연스럽게 확장하며, 생산자로부터 의뢰받아 제품을 브랜딩하거나 패키지를 디자인하기도 합니다.
지자체와의 협업도 다양합니다. 곡물집이 위치한 공주시부터 청양군, 진안군, 논산군, 당진시, 농림축산식품부까지, 상품을 기획하고 패키지를 디자인하는 일을 넘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기도 합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곡물집의 활동은 경계없이 확장합니다. 202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초대되어 전시의 영역에서 곡물집의 활동을 소개하고요. 동아시아포럼, 마르쉐 테이스팅 워크숍 등의 자리에서 지속가능한 미식을 알리고, 담론을 형성합니다.

❸ 지속가능한 미식은 지역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까?

우연일까요? 강의가 진행된 6월 18일은 UN이 지정한 ‘지속가능한 미식의 날’이었습니다. UN은 지속가능한 미식(Sustainable Gastronomy)이란 새로운 미식의 개념이라고 소개합니다. 재료의 출처와 생산 방법, 그리고 현지 시장에 납품되는 방법, 궁극적으로 우리의 식탁 위에 올려지는 요리까지 모든 과정에서 농업과 생태계를 살리는 것을 고려해야 하죠.
김현정 대표에 이어, 천재박 디렉터가 강의를 이어갔는데요. 천재박 디렉터는 지속가능한 미식이 지역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그래서 곡물집은 요즘 지속가능한 미식을 비즈니스화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배우고 교류하는 ACG 아카데미를 열기도 하고요. 더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소규모 가공공장을 만들기도 합니다. 천재박 디렉터는 미식에 대한 고민이 지역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되고, 이것이 도시와 농촌, 아이와 어른, 교육과 상업으로 연결된다고 말합니다.
결국 로컬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를 잘 하는 것은 물론, 지역 내에서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곡물집은 공주시에 미식을 탐구하고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신청자가 100명이 넘을 정도로 뜨거웠던 열기는 질의응답 시간에도 이어졌습니다. 강의 중간부터 이례적으로 많은 질문이 쏟아졌거든요. 백문이 불여일견! 곡물집에 대해서 더 궁금하다면 곡물집 쇼룸에 직접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Q&A

Q. 고객을 위한 경험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A.‘고객을 위한 경험 설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요, 초반에는 ‘이런 경험을 제공해야겠다’는 식으로, 꽤 구체적인 목적을 정해놓고 설계를 했던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사실 저희가 정답을 미리 정해두고 설계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개개인이 자연스럽게 느끼고, 자기 감각을 꺼낼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또 하나, 어떤 테이스팅 프로그램이든 간에 저희는 그 안에 '지속 가능한 미식'이라는 관점을 꼭 담으려고 해요. 예를 들어 국산 밀과 수입 밀로 만든 빵을 비교하는 테이스팅이 있다면, 단순히 맛만 비교하는 게 아니라, 그 밀을 재배하는 생산자의 이야기라든가, 밀을 제분하는 과정, 제분소는 어떤 방식으로 이 밀을 다루는지 같은 배경 이야기까지 함께 전달하려고 해요.
Q.사업 초기에는 약 20가지 곡물이 셀렉되었다고 하셨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곡물은 무엇이었나요? 또 지금까지 판매된 모든 곡물을 통틀어 가장 새로웠던 토종 곡물도 궁금해요.
A. 등틔기콩이라는 게 있어요. 곡물집에서는 이 콩을 토종 곡물 커피와 블렌딩해서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게 꽤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곡물은 흑갱이라는 쌀이에요. 보통 쌀은 맵쌀, 찹쌀 이렇게 끈기 있는 쌀과 없는 쌀로 나뉘잖아요? 근데 이 흑갱은 그 중간쯤에 위치한, 두 성질을 모두 갖고 있는 아주 독특한 토종쌀이에요.
토종 곡물에 대해서 조금만 덧붙이자면, 여러 정의가 있지만 핵심은 ‘씨앗이 대물림될 수 있느냐’예요. 농부가 씨앗을 심어서 그 해 농사를 짓고, 다시 그 농사에서 거둔 씨앗으로 내년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느냐. 그게 진짜 토종이죠.
대부분의 개량된 상업용 종자는요, 한 번 수확한 씨앗으로는 다음 해에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어요.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거예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토종 곡물을 ‘집안의 가보’라고 표현해요. 저희도 그 말을 참 좋아해서 자주 쓰고 있고요. ‘에오름’이라는 표현을 쓰는 분들도 있고, 좀 더 운동적으로 접근하는 분들은 ‘농부권’, 그러니까 ‘농부의 권리’라고도 말하죠.
흑갱이라는 쌀도 어떤 농부님이 30년 넘게 계속 씨를 이어가며 재배하고 계세요. 저는 이 품종이 규모화돼서 더 널리 쓰인다면, 지금 세대에게도 굉장히 영향력 있는 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개량종에 비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좋은 품종이니까요. 그런 가능성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