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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밀양은대학 이웃영화제] 평범한 하루에 묻는 안부

2025년 12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 동안 밀양소통협력공간 1층 그라운드가 작은 영화관이 되었습니다. <2025밀양은대학 이웃영화제>로 세 편의 독립영화가 상영되었는데요. 언제 한 해가 이렇게 지나갔나 싶은 12월. 화려하지는 않아도, 돌아보면 따뜻했던 우리의 한 해를 닮은 세 편의 영화 <3학년 2학기>, <더 납작 엎드릴게요>, <작은정원>과 함께 겨울 저녁을 보냈습니다.
<3학년 2학기> / 이란희 감독
<3학년 2학기> 스틸컷
<3학년 2학기>에서는 금속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공장에서 첫 노동을 시작하는 고등학생 ‘창우’를 만났습니다. 직장 생활도, 사수와의 관계도, 노동계약서도 처음인 창우. 모든 게 낯설고 처음인 창우를 둘러싸고 있는 공장이라는 환경은 녹록치 않습니다. 물건을 조금 더 빨리 내리기 위해 2층 하역장에는 안전 난간이 없고, 맨몸으로 무거운 쇳덩이를 옮기고, 전원 버튼을 눌러도 바로 꺼지지 않는 그라인더를 앞치마 없이 다뤄야 합니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갈등이나 음악이 없어도, 창우와 실습생 친구들, 능수능란한 공장의 사수 중 누구라도 혹여나 다칠까 마음을 졸이며 영화를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창우에게는 초심자인 그의 곁에서, 그를 살피고, 느슨하게 돌보는 주변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신의 모든 걸 내던지고서 누군가를 지키거나 돌보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창우의 주변인들은 묵묵하고 덤덤하게, 창우가 놓인 상황과 그에게 필요한 것들을 살핍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일상에 등장하는 낯선 존재 혹은 초심자를 어떤 마음으로 돌보고 환영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됩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 쉽게 변하지 않을 때,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건 결국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구원자나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가까운 곁의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3학년 2학기> 관람 후기
<더 납작 엎드릴게요> / 김은영 감독
<더 납작 엎드릴게요> 스틸컷
<더 납작 엎드릴게요>에서는 불교 출판사 5년차, 월간지 ‘법향기’를 교정교열하고 디자인하는 일을 하는 ‘혜인’을 만났습니다. 작은 것 하나하나 신기하고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기대를 불러 일으켰던 신입 시절은 지나가고, 혜인의 앞에는 매일, 매달 반복되는 날들이 있을 뿐입니다. 매일의 난제인 팀 점심 메뉴 정하기,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아 날아가 버린 작업물, 자료를 완성해 인쇄 업체에 넘기기 직전 등장하는 원고 수정, 그리고 자신의 일만 최우선 순위로 앞세우며 큰 소리치는 빌런 손님까지. 속세와 떨어져 보이는 절 안, 그러나 그 안에서의 우여곡절은 절 바깥의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매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복잡미묘한 마음 속에서,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일상이 반복됩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균형을, 서로의 미묘한 조화를 이루며 매일을 함께, 그리고 또 나로 살아가지요. 평범해 보이는 나날은 사실 쉽지 않은 굴곡의 연속이지만, 함께하는 식사와 짧은 농담, 티 나지 않는 다정한 보살핌 덕분에 그래도 잘 버틴 하루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무심한 듯 보이지만, 느슨하게 응원하고 편을 들어주는 동료들의 존재 역시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쉽지 않은 매일이지만 내 곁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그저 서로에게 좋은 시절이기를 삼삼하고 담백하게 바라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더 납작 엎드릴게요> 관람 후기
<작은정원> / 이마리오 감독
<작은정원> 스틸컷
<작은정원>에서는 평균 나이 75세, 강릉 명주동에서 스마트폰을 배워 사진을 찍고, 한발 더 나아가 영화 찍기에 도전하는 ‘작은정원’ 언니들을 만났습니다. 밭에 갈 때, 산책 나갈 때, 비 온 뒤 정원을 둘러볼 때 스마트폰으로 담은 할머니들의 일상은 평범해 보이면서도, 각자의 결이 분명히 다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의 브이로그에는 등장하지 않는 구도와 표정, 사람과 순간들이 할머니들의 영상에는 담겨 있습니다. 할머니가 찍어오신 꽃 영상은, 꽃을 찍는다기보다 마치 쓰다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멋진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보다 보면 문득 부러움이나 비교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그런 감정과는 다른 결로 다가왔습니다. 영상을 보는 내내 스스로를 성찰하는 질문들이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나 역시 저렇게 이웃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서로의 나이듦과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즐겁게 대화하며 늙어갈 수 있을까. ‘작은정원’ 언니들처럼 할머니가 되어서도 새 마음으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보며, 나는 누구의 곁에서 어떻게 나이 들어가고 싶은지를 자연스레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할머니들이 사진과 영상을 배우고, 나이가 들어가시기도 하면서 주변 사람을 위해 참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요구할 줄 알게 되셨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굳이 들추지 않았지만 각자가 지니고 있던 개성, 진실된 삶의 이야기들-서운함, 사랑, 헤어짐, 용서 같은 것들-을 질문하고, 기록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더욱 선명하게 알아주게 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나이 듦이란 나 자신의 죽음과, 떠나보낼 줄 몰랐던 누군가를 떠나보낸 기막힌 슬픔, 그리고 세월 속에서 쌓아 온 재치와 너른 마음으로 그 슬픔을 웃음으로 건너는 힘이 한 순간에 공존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마음에 울면서도 웃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도 작은 정원 언니들처럼 좋은 이웃, 새로운 배움을 함께 하는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는 행운이 있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작은정원> 관람 후기
영화관에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하지만 우리의 일상 어딘가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세 편의 독립영화와 함께 한 <2025밀양은대학 이웃영화제>. 짧은 3일 간의 상영이었지만, 함께 영화에 몰입하는 관객 분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영화제가 나 그리고 주변 존재들의 하루와 한 해를 돌아보는 따뜻한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모두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글 | 시민협력팀 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