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며”
11월 8일, 2025년 8월 여름 끝자락부터 가을까지 이어진 2025밀양은대학의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모든 학과가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졸업식. 입학식 때의 어색한 설렘은 뒤로 하고, 졸업식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인사, 쉬는 시간까지 이어지는 대화로 따뜻하고 편안하게 채워졌습니다.
지난 10주 동안 우리가 열심히 배우고 실천해 온 것이 결국 밀양 안에서 서로의 자리를 마련해 주는 일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언제든 연결기획자로 활동할 수 있는 자리, 밀양의 곳곳을 탐색하며 글을 쓸 수 있는 자리, 밀양의 생산자와 연결되고 음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리, 내가 나로서 살아도 괜찮은 자리를 말입니다. 그래서 이날 졸업식과 졸업전시를 <당신의 자리>로 이름 붙여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0교시. 밀양소통협력공간 둘러보기
밀양은대학 졸업식은, 긴 리모델링 후 올해 12월 새로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 ‘밀양소통협력공간’에서 진행되었는데요. 멈춰있던 배움의 공간 (구)국립밀양대학교 3호관이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함께 둘러보는 시간으로 밀양은대학 졸업식을 시작했습니다.
1층부터 5층, 그리고 옥상까지. 밀양소통협력센터의 고래와 루시를 따라 2개 조로 나뉘어, 공간 구석구석을 둘러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공간에서 해보고 싶은 일들이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밀양 곳곳의 장소에서 학과 별로 진행되던 밀양은대학이, 하나의 공간에서 함께 진행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기대해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1교시. 밀양은대학 교환학생
밀양은대학을 운영하다 보면 “복수전공을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게 됩니다. 다른 과는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 많은 참가자 분들이 궁금해 하셨는데요. 졸업식에서는 들어보고 싶었던 학과의 수업을 한 시간 동안 짧게 경험해보는 ‘밀양은대학 교환학생’을 진행했습니다. 자주 볼 수 없었던 다른 학과의 동료들과 또 다른 만남과 연결이 이뤄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연결기획학과에서는 ‘일상을 채우는 연결기획’이라는 주제로 내가 바라는 연결을 이미지 카드로 상상해보고, 만나고 싶은 연결의 페르소나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기탐색학과에서는 서로의 잡기(소소한 재능)을 나누는 ‘재능의 발견’을 진행했습니다. 감자칩 맛있게 먹기, 오래 걷기, 종점까지 버스 타고 바깥 구경하기 등 내가 가진 작은 재능을 나누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연스레 나와 상대를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로컬에디터학과에서는 ‘로컬 콘텐츠, 타인의 세계를 듣는 법’이라는 주제로 로컬에디터의 기본이 되는 듣기, 그리고 기록의 윤리를 배웠습니다. 짧게나마 서로를 인터뷰하는 상호 인터뷰 실습도 진행해보았어요. 생태미식학과에서는 ‘나의 삶과 생태미식’ 이라는 주제로 나의 삶에서 생태미식을 실천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상상해봤습니다. 생태미식학과가 만난 밀양의 식재료와 그 속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토종씨앗의 이름을 알아보는 워크숍도 진행했습니다.
쉬는시간. 생태미식학과 로컬 플레이트 시식회
쉬는 시간에는 로컬 플레이트 시식회가 열렸습니다. 졸업식 아침부터, 생태미식학과 학생 분들이 정성스레 요리를 준비해주셨는데요. 생태미식학과 4개 팀이 직접 기획한 로컬 플레이트에는 밀양에서 자란 깻잎, 농가 탐방에서 얻은 구배기 된장, 단장면 다랑논에서 자란 토종쌀 등 지역의 재료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깻잎 주먹밥과 표고 볶음, 깻잎 떡볶이, 된장 소스를 곁들인 깻잎 전, 쌀 젤라또 등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생태미식학과의 배움이 생생한 맛과 온기로, 대화와 웃음으로 이어지는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생태미식학과의 로컬 플레이트는 링크에서 자세히 살펴보실 수 있어요.
2교시. 졸업식
졸업장 수여로 2025밀양은대학 졸업식의 본격적인 시작을 열었습니다. 올해의 졸업장은 학과 개근자 중 4명께 대표로 수여되었습니다.
밀양은대학 돌아보기_졸업생 피드백 공유
졸업생 분들이 남겨주신 밀양은대학 마무리 설문조사의 결과를 공유하며, 2025밀양은대학을 간단히 회고해보는 시간도 가졌는데요. 서로 다른 세대 간의 응답이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 짚어보기도 하고, 밀양은대학에 대한 기대와 변화를 담은 주관식 문항들도 살펴봤습니다.
학과별 여정의 회고
학과별 참여자들의 목소리로 밀양은대학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연결기획학과에서는 써니 님이 ‘모밀역’ 팀의 연결 프로젝트 <잠시 정차합니다, 전> 전시를 통해 쉼의 공간을 기획해본 이야기를 공유해주셨습니다. 밀양역에서 지연된 기차를 기다리던 순간에서 ‘쉼’에 대한 기획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쉰다는 게 불안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각자에게 꼭 필요한 방식으로 ‘쉼’을 찾아볼 수 있도록 전시 공간 곳곳에 담겨있는 고민과 제안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자기탐색학과에서는 자연, 그리고 리지 두 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비즈, 뜨개, 베이킹, 그림 등을 통해 나를 위로하는 취미를, 창작활동의 영감을 찾아 온 여정을 나눠주셨는데요. 자기탐색학과를 통해 스스로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도 좋았지만, 혼자만의 자기탐색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 생각이 더 깊어지고 나에 대한 생각을 더 깊게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해주셨습니다.
로컬에디터학과는 다정, 서소 님이 직접 인터뷰·취재·편집한 원고를 소개해주셨습니다. 각자의 글은 물론이고, 주제를 선택한 이유들에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한 시선이 느껴져 흥미로웠는데요. 두 분의 애정어린 글을 통해, 지역과 그 안의 사람들을 따뜻하고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태미식학과는 영옥, 나래, 해숙 님의 경험을 나눴습니다. 직접 밀양의 농가를 방문해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하고, 함께 요리를 나눠먹기도 하면서 생겨난 세대 간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 나이까지 살면서도 낯선 공간, 사람은 항상 두려움이 있어요.
밀양은대학은 그것이 바로 즐거움으로 변하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는 이야기도 아낌없이 나누면서, 제 세계와 생각이 크게 넓어지더라고요.
내가 뭘 진짜 좋아하고 궁금했는지 찾아가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밀양은대학은 내 마음의 콩밭이자, 새로운 자극을 받은 곳입니다.”
우리의 자리를 발견하는 시간, <2025밀양은대학>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의 성장을 지지하며 함께 걸어온 밀양은대학의 동료들. 서로의 얼굴을 마음에 담으며, 2025밀양은대학을 마무리 했습니다. 밀양은대학에서의 배움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내일을 단단하게 채우기를 바랍니다.
밀양은대학은 앞으로도 우리가 나로서 살 수 있는 자리, 서로의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는 즐거운 계기를 계속해 만들어 가겠습니다.
글 | 밀양은대학 운영본부
사진 | 반하필름, 벗밭, 밀양은대학 운영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