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은대학 로컬에디터학과는 지난 석 달 간의 현장 취재와 글쓰기 여정을 하나의 결과물로 묶으며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참여자들은 각자가 보고 듣고 만난 ‘지역의 사람·공간·이야기’를 한 권의 잡지로 완성해냈는데요. 처음 손에 쥐었던 질문지가 어떻게 하나의 기사로 다듬어지는지,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❶ 마지막 수업: 글의 완성, 기록의 완성
로컬에디터학과 마지막 회차로 갈수록 ‘원고를 완성하는 일’에 모두가 매진했습니다. 밀양 혹은 자신이 사는 지역 곳곳의 사람과 공간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고 묶어내는 데 집중했어요. 초고를 제출한 뒤 이어진 퇴고 시간엔 단순한 문장 다듬기를 넘어 구조를 다시 세우기도 하고, 흐름을 재배열하며, 한 문장씩 의미를 점검했습니다. 현장의 장면과 말이 글 속에서 왜곡되지 않고 살아 움직이도록 고치고, 모호한 단어를 구체적인 표현으로 대체하며, 인터뷰 인용이 정확한지 다시 확인하는 과정은 로컬에디터로서 자신만의 문체를 만들어 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사진 선정 과정도 글쓰기 못지않게 중요한 시간이었지요.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모아두고, 어떤 장면이 글의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하는지, 인물의 표정이나 공간 분위기가 충분히 드러나는지, 서사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보았습니다. 단순히 ‘예쁜 사진’이 아니라, 글이 가진 의미를 확장할 수 있는 이미지를 찾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렇게 텍스트와 이미지가 교차하며 기사의 형태는 더욱 선명해졌고요.
잡지 제작의 피날레는, 각자가 겪은 기록 여정을 돌아보는 에필로그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장면,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 지역을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 등이 짧은 글 속에 녹아들었어요. 짧지만 이번 과정의 의미를 정리하는 역할을 했지요.
이 모든 과정은 총 151쪽 분량의 잡지 ‘우리가 꺼낸 밀양의 풍경’으로 완성됐습니다. 참여자들은 이제 막 취재와 글쓰기를 시작한 초보 에디터들이지만, 석 달 간의 훈련을 거치며 하나의 지역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됐습니다. 동네의 오래된 간판, 시장 골목을 지키는 상인의 하루, 사소해보이는 풍경 속에 담긴 서사와 감정. 익숙한 일상이 이들의 시선 속에서 이야기로 재탄생했습니다.
❷ 지역을 다시 바라보는 감각의 시작
11월 8일 열린 졸업식과 졸업전시는 이번 과정을 마무리하는 자리이자, 참여자들이 기록자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어요. 전시장에는 완성된 잡지와 함께 기사 발췌문과 사진이 패널 형태로 배치됐고,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한 자랑스러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글과 사진을 통해 ‘보이지 않던 이야기’를 발굴해냈다는 자부심이 곳곳을 채웠고요.
올해 로컬에디터학과는 총 9회차 과정을 통해 지역 기반 글쓰기의 흐름을 경험했습니다. 기록자의 태도를 배우는 것부터 인터뷰 설계, 현장 취재, 퇴고와 편집, 사진 선정, 전시까지 이어진 과정은 단순한 글쓰기를 배우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우리는 함께 관계를 만들고, 지역을 바라보는 태도와 감수성을 확장해나갔으니까요.
로컬에디터학과는 ‘지역의 일상이 어떻게 이야기로 변하는가’를 직접 체험하는 과정입니다. 쓰는 사람의 시선이 바뀌면, 지역을 이해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이번에 완성된 잡지와 전시는 그 변화를 보여주는 첫 번째 결과물입니다. 이 경험이 기록을 넘어, 지역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조금씩 바꿔 나가길 바랍니다. 그렇게 생겨난 새로운 시선과 태도가 밀양에서, 그리고 각자의 생활 세계에서 지역사회를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작은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글 |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
사진 |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