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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기획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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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에디터학과] 기록으로 다시 만나는 나와 지역

익숙한 동네도, 시선이 닿으면 이야기가 됩니다.

“익숙한 동네도, 시선이 닿으면 이야기가 됩니다.” 올해 새로 신설된 밀양은대학 로컬에디터학과는 바로 이 문장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을 깊이 관찰하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장면과 마음을 기록하며, 이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과정. 그것은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 지역에 사는 즐거움과 의미를 다시 발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기록이 차곡차곡 모이면, 우리 공동의 삶터를 조금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실험이 될 수도 있겠지요.
로컬에디터학과는 바로 그 실험을 위한 여정입니다. 사람과 사람, 공간과 마을을 새롭게 바라보고, 잊히기 쉬운 일상을 이야기로 되살리며, 기록을 매개로 관계를 다시 엮는 일. 이것이 우리가 함께 배우고 실천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❶  첫 만남, 기록자로서의 출발선에 서다.

8월 23일, 밀양은대학 입학식이 열린 날. 로컬에디터학과의 첫 수업을 위해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자기소개와 함께 “이곳에 오게 된 이유”, “내가 기록하고 싶은 것”을 나누었는데요.
밀양을 넘어 창원, 울산, 대구, 대전, 서울에서 모인 이들. 사는 곳도, 배경도 다르지만, “지역을 기록하고 싶다”는 바람만큼은 같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앞으로 ‘밀양’과 ‘밀양은대학’을 매개로, 각자의 지역과 생활이 서로 겹쳐지고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함께 그려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어진 강의에서는 지역 잡지 『월간 옥이네』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기록으로 남을 때 그것이 개인의 경험을 넘어 지역 전체의 풍경을 바꾸어낼 수 있다는 점, 기록이 단순한 아카이빙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확인하고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❷ ‘기록은 곧 관계’ 쓰는 사람의 윤리

기록은 힘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를 낙인찍는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두 번째 수업은 ‘기록자의 태도와 윤리’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우리는 먼저 기록이 가진 무게를 돌아보았습니다. 한 사람의 삶을 글로 옮긴다는 것은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사회 속에 다시 배치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기록자 스스로의 의도와 상관 없이, 그래서 기록 과정엔 언제나 권력이 개입하며 그 자체로 기록자는 권력자가 되기도 합니다. 기록자의 관점이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요.
이번 수업에서는 감정적 서술과 존중 기반 서술의 사례를 비교해보기도 했습니다. 같은 사건도 표현 방식에 따라 누군가를 상처 입히거나 존중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배울 수 있었고요. 이를 바탕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글쓰기에서 거리 두기, 경계 세우기, 경청이 왜 중요한지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어서 짧은 글쓰기 실습이 진행됐습니다. 낯선 사람이나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을 떠올려 한 문단으로 묘사한 뒤, 서로의 글을 읽고 “이 글을 당사자가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를 점검했습니다. 글이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곧 관계라는 사실, 그리고 기록자의 태도가 글의 의미를 바꾼다는 점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❸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기

네 번째 시간에는 강의실을 나와 실제 공간을 관찰했습니다. 단순한 ‘공간(space)’이 아니라 기억과 관계가 얽힌 ‘장소(place)’로 읽어내는 연습 시간이었는데요.
수업이 진행된 해천 상상루 주변 골목에 자리한 미리벌서점·동가리카페·노노하나 등의 상점을 방문하기도 하고, 해천항일운동 테마거리 등을 직접 걸으며 눈으로 보고, 소리를 듣고, 냄새와 분위기를 기록했어요.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그 공간에서 느껴지는 관계와 기억, 시간의 흐름을 글로 옮겨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로의 글을 나누며 한 장소를 다양한 층위에서 바라볼 수 있음도 확인했답니다. 개인의 기억, 공동체의 역사, 현재의 기능이 겹쳐질 때 장소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를 품은 주체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죠. “장소도 하나의 인물처럼 기록될 수 있다”는 말이 실제 경험으로 다가온 시간이었습니다.

❹ 공감의 기반이 될 우리의 기록

로컬에디터학과는 단순히 기사 쓰기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 아닙니다. 글쓰기와 기록을 통해 자신이 사는 지역을 다시 바라보고, 일상의 풍경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여정입니다. 그렇게 쌓인 기록은 다시 지역사회로 환류되며, 공감과 대화의 기반이 되겠지요.
작은 일상의 경험이 공공의 언어로 전환될 때, 우리는 익숙한 동네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됩니다. 기록은 곧 관계이고, 그 관계는 다시 공동체의 힘으로 이어집니다.
앞으로 참가자들은 인터뷰와 현장 취재, 퇴고와 편집, 기사집 제작과 전시까지 전 과정을 함께할 예정이에요. 지역을 기록하고 함께 읽으며 공통의 감각을 만들어 가는 것, 그 길을 향한 실험이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글 |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
사진 | 24프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