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미식학과, 지역의 식탁을 탐구하는 시간
원하는 오늘을 스스로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학교, 밀양은대학! 그 안에서 <생태미식학과>는 ‘어떻게 먹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우리는 매일의 식사에서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을 찾고, 밀양의 생태미식 자원을 발굴하며 나와 지역, 지구의 내일을 함께 상상해 나갑니다.
❶ 입학식 & 오리엔테이션 – 첫 만남의 설렘
8월 23일, 밀양은대학의 문을 열며 생태미식학과의 벗님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쥐이빨옥수수 팝콘을 만듭니다. 하나둘 입학식을 마치고 강의실로 들어온 벗님들께 팝콘을 건네며 첫 인사를 나누었어요.
생태미식학과에 지원하게 된 각자의 이유와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다 보니, 앞으로의 8회차 여정을 함께할 기대가 무럭무럭 싹텄습니다. “먹는 것이 곧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말처럼, 벗님들의 이야기가 모이니 생태미식학과의 다음 단추가 자연스레 꿰어졌습니다.
❷ 강의와 워크숍 – 제철을 통해 배우는 생태미식
8월 30일 두 번째 시간은 환경과 지속가능한 식사에 대한 강의와 제철 채소·과일 감각 워크숍으로 채워졌습니다. 
참가자들은 웰컴드링크와 함께 근황을 나눈 뒤, 벗밭이 준비한 강의를 통해 ‘환경과 우리의 식사가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함께 생각했습니다. 특히 다양성과 제철성의 의미를 풀어내며, 오늘의 작물들을 하나씩 소개했습니다.
이어지는 워크숍에서는 나만의 햇밀 포도 샐러드를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상큼한 포도와 고소한 우리밀빵, 여기에 나만의 드레싱을 더해 한 접시의 작은 계절을 완성했답니다. “늘 먹던 재료인데, 이렇게 조합하니 전혀 다른 맛이 난다”라는 참여자의 말처럼 제철 재료가 가진 힘과 음식이 곧 감각의 언어가 되는 순간을 경험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돌아가며 질문카드를 뽑아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는데요. “앞으로 지속가능한 식생활을 위해 어떤 작은 실천을 해볼 수 있을까?”를 공통적으로 함께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❸ 토크콘서트 –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생태미식
세 번째 시간은 온라인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였습니다. 이번 자리에는 맛철학가 김현숙 교수님과 ‘보따리’ 이혜리 활동가님이 함께해, 각자의 경험과 시선으로 ‘생태미식’을 풀어냈습니다.
김현숙 교수님은 ‘여행으로 만나는 생태미식’을 주제로, 베트남의 토판염과 피쉬소스 생산자, 태국의 agri-nature 운동, 그리고 한국의 곰소염전과 토종벼 농사까지, 세계와 지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생태적 먹거리 문화를 소개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먹는 행위가 곧 지구 생명과의 연결임을 강조하셨어요.
“맛은 단순한 미각이 아니라, 몸 밖의 생태계와 몸 안의 생태계를 이어주는 탯줄과 같다”
이혜리 활동가님은 ‘토종씨앗과 문화’라는 주제로, 자신이 경험해온 농살림의 의미와 씨앗을 지켜가는 삶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셨는데요. 토종의 가치를 생활 속 선택과 연결 지어 설명해주셨답니다.
“농과 삶을 구분하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선택하고 실천하는 것이 토종씨앗을 이어가는 출발점”
“씨앗은 단순히 농사의 재료가 아니라, 세대를 이어온 데이터이자 미래의 생명”
강연이 끝난 뒤에는 자유 토론이 이어졌어요. “내 식탁에서 생태미식을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는 무엇일까?”, “3년 뒤, 5년 뒤 나의 삶에 생태미식이 자리 잡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참여자들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나누며, 소비자·요리사·활동가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을 구체적으로 그려 보았습니다.
이번 토크콘서트는 생태미식을 더 넓고 입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주었어요. 한 끼 식사라는 작은 실천이 어떻게 지역과 지구의 삶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며, 생태미식학과의 여정은 또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❹ 이야기가 있는 식사 – 세대를 잇는 음식, 떡 한 조각에 담긴 기억
9월 13일에 열린 4회차 모임에서는 할머니 요리 연구가, 예하 님을 모시고 ‘이야기가 있는 식사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예하님은 할머니 요리 연구가로 살아온 계기와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연스러운 요리와 속이 편한 식사에 대해 나누어주셨습니다. 그 후 참가자들과 함께 재팥 시루떡을 만들고, 따뜻한 아카시아차와 시원한 무화과잎차를 곁들여 나눠 먹었습니다.
음식을 함께 만든 경험은 단순한 요리를 넘어, 세대를 잇는 대화로 이어졌어요. “외할머니가 만드시던 시루떡이 생각났다. 집에서 엄마와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엄마가 해주셨던 김치, 된장… 이제는 사라져가는 음식이지만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별로 좋아하지 않던 시루떡도 같이 만들어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등등..  참여자들의 말 속에는 음식이 곧 기억이고, 가족이고, 이어가야 할 삶의 방식이라는 울림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식사의 시작은 ‘연결’입니다. 비가 오지 않아 당근 씨앗을 일곱 번 뿌렸다는 농부 친구의 이야기는,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지금, 여기의 현실로 다가오게 합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 내 곁의 친구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곱씹게 됩니다.
예하님이 나누어주신 재팥 시루떡, 아카시아꽃차, 무화과잎차 한 잔에는 삶을 사랑하는 태도와 오랜 시간 이어온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있는 곳에 자연스러운 맛이 있고, 그 맛은 결국 ‘있는 것을 잇는 것’이라는 예하님의 말이 오래 남습니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기보다 지금 있는 것에 집중하고, 더하기보다는 빼기를 선택하는 태도—이것은 주방을 넘어 삶과 환경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을 되새깁니다.
시루떡의 네모난 모서리를 집어 먹으며, “오늘 나는 떡 모서리를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소소한 뿌듯함도 안고 갑니다. 여러분께도 그런 자랑거리가 하나쯤 생겼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우리가 기획할 로컬 플레이트의 시작이 ‘이야기’라면 어떨까요? 기후위기의 날씨, 밀양이라는 장소의 기억, 우리가 경험한 좋은 식사, 그리고 여러분의 이야기. 그 모든 것이 이어져 우리의 플레이트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글·사진 | 벗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