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밀양은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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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기획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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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강화는 서울이랑 지리적으로 가까운 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득/실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경험들이 있었는지, 청풍에서는 이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A. 과도기가 있었다는 생각은 들어요. 저희가 운영하는 ‘잠시섬’도 원래 일반 게스트하우스처럼 운영을 했었는데요. 이게 그냥 서울이랑 가까운 것과 관계없이 되게 소모되는 경험이 많았어요. ‘우리 게스트하우스는 파티 안 해요’ 라고 아무리 말해도, 그런 문의가 정말 계속 오고요. 그때는 정말 어떤 서비스업에 가까웠던 거죠. 이 공간이 ‘싸게 1박할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지면, 그 공간은 빠른 속도로 부식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공간을 아껴야 손때가 묻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강화도는 사실 워낙 유명한 수도권 근교의 관광지다보니, 몸살이 있지 않았을까 싶고요. 오히려 지금은 서울이랑 가까워서라기보다는 공항이 가까워서 지금 논의하고 있는 국제교류를 하는 데에 이점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전국에서 찾아와주시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수도권에 거주하는 2030여성들이 핵심적인 멤버거든요. 그런 분들이 강화에 훌쩍 떠나올 수 있고, 큰 마음 먹지 않고도 ‘잠시 섬’을 할 수 있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Q. 아무리 자율적인 환대가 이루어진다지만 수천명의 사람을 매번 마주해야하는 과정에서 자기 소진이 있을것 같기도 한데요. 청풍의 멤버들이 타인을 환대하면서도 스스로를 안전하게 지켜나가는, 방법들이 있는지 궁금해요.
A. 사실 없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 같은 경우에도 사람들이랑 있을 때 에너지를 받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제가 어쨌든 호스트니까 사람들이 오면 스몰토크도 하고, 호스트로서의 역할도 하는데요. 잠시섬 프로그램을 하고 집에오면 제가 밥을 두 공기씩 먹더라고요. 에너지를 많이 쓰니까요. 근데 오히려 지금은 내가 가능한 범위를 만들고, 나를 파악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는 청풍이나 잠시섬의 크루들, 여러번 오신 게스트들이 함께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면서 의지를 많이 하고 있고요. 서로 서툰 부분을 케어하면서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에 따라 다른 환대를 부탁해요. 내향형인 사람은 일대일 대화에 강하잖아요.
저는 사실 의심이 되게 많은 편이거든요. 경계심이 강한 편인데,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강화 유니버스에 오는 사람들은 공유하는 결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도 좀 더 편하게 마음을 열게 됐던 것 같아요.
Q. 제가 살던 지역에 좋은 커뮤니티가 있었는데, 누군가의 부정적인 행동으로 커뮤니티가 와해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커뮤니티로 만나는 사람들이 지역이 좁다보니 다 서로 아는 사이라 난감했습니다. 강화유니버스에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보니 그런 일이 있을 거 같은데 사례나 대처가 궁금합니다.
A. 강의 중간에 성평등 가이드북이랑 매거진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사실 그게 만들어졌던 이유는 저희가 이 지역에서 성폭력 사건을 경험했기 때문이거든요. 공동체에서 갈등이 있는 건 너무 당연하고 너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요. 그 갈등으로 와해되는 것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매거진과 가이드북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에요. 갈등이나 위협을 모두 방어하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회복해 나갈 것인가,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 말고 우리 개인들은 어떻게 여기서 성장하거나 성찰하고 또 그다음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에 더 포커싱을 했어요. 그리고 저는 그 갈등을 만드는 사람이 특별히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어쩌다 보니 그런 일이 생겨나기도 할테고요. 그리고 와해될 일이면 와해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와해되더라도 우리가 거기서 무엇을 배우거나 혹은 그다음에 어떻게 다시 모일 것인가를 더 고민하다 보니, 아까 보여드렸던 그런 가이드북, 매거진, 약속문 이런 것들을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Q. 지금은 청년마을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청년마을 사업 참여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는지, 또는 운영 방향성을 조정하는 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A. 이것도 멤버들마다 다 생각은 다를 것 같은데요. 저한테는 감사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지역 안에서 물려받은 건물이 있어서 그걸 바탕으로 시작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었거든요. 청년마을이 단순히 어떤 사업비나 예산의 개념이라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강화니버스에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씨앗이 되어 주었어요. 서로가 좀 알아볼 수 있는 창구가 되어 주었던 것 같고요. 그때 사실은 저희가 사업하면서 무엇을 남길지를 정말 치열하게 팀 안에서 논의했거든요. 사람을 남기는 방법에 대해서 되게 많이 고민해요. 그래서 실제로 청년 마을 사업이 끝나고, ‘1년만 지역으로 와서 프로젝트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던 친구들이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단순히 일할 인력으로 초대했다기보다는 그 친구에게 매력적인 초대를 건넸다고 생각해요. 사업이 어땠는지보다도, 사람이 남으면 그게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좋은 이웃들이 강화 유니버스에 많이 올 수 있었고, 또 지금까지도 그런 것들이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감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Q. ‘몇살이세요’같은 개인적인 질문을 최대한 제외하려고 하다보니, 처음 본 사람과 아이스브레이킹이 어렵더라구요. 상대방이 가장 강력하게 환대를 느끼는 지점이 있을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저도 청풍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아이스브레이킹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늘 뭔가 그런 시간이 마련돼 있으면은 엄청 투덜댔고, 네트워킹 시간에 진짜 맨날 도망가고 그랬는데요. 그래서 처음에는 저도 되게 힘들었어요. 저도 개인적인 질문은 안 하려다보니 막상 본능적으로 튀어나가는 대화가 어색하고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마음속에 질문 리스트를 가지고 다녔어요. 몇 개 얘기해 보자면 ‘식사하셨어요?’, 아니면 ‘오늘 어디 다녀오셨어요?’, ‘오늘 날씨 좋은데 어디 가보세요’, ‘컨디션 어떠세요?’, ‘이따 회고 때 어떻게 오세요?’ 이런 식으로 안부라든지 혹은 제가 좀 챙겨드릴 수 있는… 씨앗을 모은다고 해야 될까요? 그런 질문들을 많이 담아두고 꺼내 쓰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멤버들끼리 환대 스터디를 해요. 크루들이 처음 오면, 같이 스터디를 해요. 환대에 관한 얇은 책이나 만화책을 읽고, 내가 생각하는 환대란 어떤 것인지 이야기를 나눠요. 근데 그게 사람마다 또 되게 다른 거예요. 어떤 사람은 안아주고, ‘얼른 오세요’, ‘더우시죠’ 이렇게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요. 근데 저는 그렇게 하면 조금 부담스럽거든요. 사람마다 다른 걸 알아가고 서로 캐치해 가는 시간을 가지다 보니까, 그걸 좀 자연스럽게 잘 나눌 수 있게 되는 것 같고요. 결국 게스트 분들이 여기 사람들한테 반하게 되는 포인트는 엄청 사소한 거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내 말을 기억해 주는 것 혹은 내 안부를 물어주는 것 우리가 결이 비슷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그리고 이 사람이 진심으로 나에게 어떤 지지를 보낸다고 느낄 때 같은 거죠.
Q.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 실망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고, 사람이 남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사람을 남기기 위해 어떤 점을 고려했는지 궁금합니다.
A. 누군가를 초대하거나 제안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게 그 사람을 동원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제 경우에도 그런데요. 제가 졸업하고 나서 마을 공동체에서 저한테 주어진 역할은 제가 원하는 역할이 아니었어요. 내가 원하는 것을 이 마을에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여기 남았는데, 그분들은 ‘너는 그걸 위해서 좀 더 배워야 해, 그러니까 이 회의 자리에 와서 우리가 하는 걸 한번 들어봐’하고 초대하는 거죠. 좋은 마음으로 가는 건 맞는데, 약간 어긋나는 부분도 있었던 거죠.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은 아는데, 그게 사실은 저라는 사람 자체를 고려한 제안은 아니거든요.
저희 같은 경우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과 협업을 하지만, 그 사람이 무엇에 매력을 느끼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혹은 우리랑 함께하지 않더라도 무엇에 관심을 두거나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를 보고 제안하는 것 같아요. 제가 청풍에서 ‘진달래 섬을 같이 해보자’는 초대를 받았던 것도 마찬가지인데요. 사실은 진달래섬을 만드는데 일할 사람이 필요했다면 저를 초대하진 않았을 거예요. 저보다 더 능력이 좋고 더 잘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에게 초대했다는 건 제가 굿즈를 만들거나 아티스트와 콜라보하고 디자인하는 데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기 때문에 저를 파악하고 제안주신 거고, 그 덕분에 제가 여기 남았다고 생각해요. 다른 이웃들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무엇을 남기는지 혹은 무엇을 응하게 만드는지를 중요하게 이렇게 가르는 것은 그런 세심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좀 듭니다.
Q. 10년 넘게 지역에서 활동을 해오고 있는데요. 나이가 들거나, 대학을 졸업하는 등 상황이 변하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던 사람도 변하다 보니, 동일한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어렵고 활동을 멈추는 경우도 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새로운 유입, 커뮤니티를 유지를 하려고 시도해본 활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커뮤니티가 유지될 수 없을 때 유지하려는 것이 의미는 있을 수 있지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이거 한 번만 해보자’고 애원하듯이 해야하는 경우도 있는 거죠. 그런 식으로 누군가를 초대했을 때, 좋은 협업을 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서로 타이밍이 맞아서 진행되지 않으면, 사실 협업이라는 게 진짜 어렵잖아요. 커뮤니티가 유지할만한 강력한 동력이 없이, 단순히 유지 자체가 목적이 되면 너무 서로 고달픈거죠. 청풍은 10년 이상 되었지만, 원년 멤버는 딱 한 명 남아있고 저처럼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고 계속 흐르는 커뮤니티잖아요. 거기에 어떤 비결이 있나 생각해보면, 저는 열려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말하는 키워드가 11가지나 되는 것도 열려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동력이 멈추면 지속성이 상실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저희끼리도 자주 해요. 청픙이 유기체이고, 이 멤버로만 구성되는 게 아니라, 그릇처럼 우리가 조금씩 담겨있고 누구나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거죠. 그렇게 열려있기 때문에 커뮤니티가 설계된 방식대로 나아간다기보다는 어떤 가능성에 응할 수 있고, 유연하게 뭔가 또 붙을 수 있고, 헤어질 수도 있고요. 그런 동력이 계속 작동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