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강_여행업이 아닌 환대업을 합니다.
여름이니까, 밀양ON에서 만나!
날씨 때문에, 휴가 때문에, 지역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만나기 어려워도, 우리의 연결을 막을 수 없다!
여름을 맞이하며, 2025 밀양은대학 온라인 계절학기 ‘밀양ON아카데미’가 열렸습니다.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총 6회의 온라인 강의를 준비했는데요.
마지막 8월은 ‘환대하는 로컬’을 주제로 밀도 높은 배움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역에서 환대를 기르는 힘
8월, 밀양ON아카데미의 마지막 주제는 ‘환대하는 로컬’입니다.
환대란 상대방의 존재를 온전히 인정하고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는 일로, 편견과 차별이 스며들 틈이 없는 가치인데요.
그런 점에서 협동조합 청풍의 이야기는 눈여겨볼만합니다. 발제를 맡은 협동조합 청풍의 성결 이사(이하 결)의 개인적인 경험을 출발점 삼아, 지역에서 어떻게 환대를 기르는 힘을 만들어내는지 살펴볼게요.
❶ 딱 1년만 살아보자, 강화에서
결은 강화의 대안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대학 진학이라는 안전한 길 대신, 강화에 남기로 합니다.
불안하고 막막한 고생길인 줄 예상했지만, 결은 그 길이 궁금했대요. 나에게 맞는 삶을 강화에서 꾸려나갈 수 있을지 도전해보기로 한 거죠.
졸업 후 딱 1년을 강화에서 살아보기로 마음먹으며, 여러 어려움을 마주합니다.
졸업 후 진학하지 않고 지역에 남은 여성 청년. 지역의 어른들은 마을의 소소한 일거리를 결에게 맡깁니다.
예를 들면 마을 축제의 MC같은 역할을 요청하는 거죠. 젊은 여성이기 때문에 분위기를 잘 띄울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요.
결은 그런 자리가 늘 부담스러웠다고 회고합니다. 게다가 언제나 아직 배워야 하는 청년으로 여겨지고, 누군가를 서포트하는 역할만 맡게 되는 점도 아쉬웠고요. 자조섞인 농담이지만, ‘아 이래서 다들 대학을 가고 서울을 가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고령화지역에 활기를 가져다줄 청년으로 동원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배우기보다 각자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나에게 중요한 가치를 타협하지 않고도 지역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까요?
결은 협동조합 청풍을 만나며 고민을 해소할 계기를 마련합니다.
❷ 환대로 만드는 새로운 로컬
협동조합 청풍은 2013년 강화 풍물시장에서 화덕피자를 팔며 시작했습니다.
강화를 기반으로 10년 이상 활동해오며 로컬커뮤니티를 만들어오고 있는데요. ‘진달래섬’이라는 기념품숍을 준비하는 프로젝트팀에 결이 합류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결은 그동안 지역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다른 팀워크를 경험합니다. 협동조합 청풍도 토박이가 아닌 이주청년그룹으로서 어떻게 하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어갈지 고민이 있었거든요.
이들은 2021년도 행안부 청년마을 사업에 도전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펼칩니다.
큰 규모의 프로젝트와 커뮤니티의 확장을 준비하며 팀 내부적으로 굉장히 많은 질문과 고민을 나누었다고 하는데요. ‘무엇이 중요한 동네에서 살고 싶은가’, 그리고 ‘어떤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과 곁을 나누고 싶은가’를 주로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새로운 로컬을 만드는 키워드 11> 이 만들어지고, 이후 해당 키워드는 협동조합 청풍이 사람들을 환대하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데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하고요.
결은 이 과정에서 위트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위 사진처럼 웰컴퀴즈를 풀었을 때,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자연스럽게 자기 태도를 점검할 수 있다는 거죠.
단호하고 엄격한 규칙보다, 효과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요.
❸ 강화 유니버스 세계관, 그리고 새로운 연결
환대를 만드는 한 끗 차이를 느낀 덕분일까요? 사람들은 ‘여긴 뭔가 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고 모여듭니다. 청년마을 사업을 통해 개발한 지역 체류형 프로그램 ‘잠시섬’은 유료 전환에 성공합니다. 한 해에 1,500명의 참여자가 모이며, 재방문 혹은 지인추천이 60%에 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먼저 온 참여자가 마치 스태프처럼 다른 참여자를 안내하고, 비건인 참여자들이 모여 강화 비건 지도를 만들고 공유합니다. 참여자끼리 협업하며 워크숍이나 모임을 만들고, 회사 워크숍을 기획해 단체로 재방문하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관계인구가 형성되고, 몇몇 청년들은 이주 및 정착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강화 유니버스, 즉 세계관이 작동하는 겁니다.
게스트하우스, 기념품숍… 익숙하지 않나요?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 여행업이 아닌 ‘환대업’을 한다고 정의합니다. 균일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닌, 취향과 가치관에 맞추어 이웃처럼 환대하는 거죠.
협동조합 청풍은 요즘 다음 단계를 고민합니다.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다양성을 고민하며 예술가나 지역의 청소년들을 초대하고요. 일본 가미야마의 그린밸리나 대만 가오슝의 아트센터와 지역소멸 세미나를 개최하며 학술적으로 교류하기도 합니다. 환대로 만드는 새로운 로컬, 그 안에서 촉발하는 새로운 연결, 그 다음은 무엇일까요? 협동조합 청풍은 지금도 천천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Q&A
Q. 강화는 서울이랑 지리적으로 가까운 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득/실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경험들이 있었는지, 청풍에서는 이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A. 과도기가 있었다는 생각은 들어요. 저희가 운영하는 ‘잠시섬’도 원래 일반 게스트하우스처럼 운영을 했었는데요. 이게 그냥 서울이랑 가까운 것과 관계없이 되게 소모되는 경험이 많았어요. ‘우리 게스트하우스는 파티 안 해요.’ 라고 아무리 말해도, 그런 문의가 정말 계속 오고요. 그때는 정말 어떤 서비스업에 가까웠던 거죠.
이 공간이 ‘싸게 1박 할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지면, 그 공간은 빠른 속도로 부식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공간을 아껴야 손때가 묻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강화도는 사실 워낙 유명한 수도권 근교의 관광지다 보니, 몸살이 있지 않았을까 싶고요. 오히려 지금은 서울이랑 가까워서라기보다는 공항이 가까워서 지금 논의하고 있는 국제교류를 하는 데에 이점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전국에서 찾아와 주시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수도권에 거주하는 2030여성들이 핵심적인 멤버거든요. 그런 분들이 강화에 훌쩍 떠나올 수 있고, 큰마음 먹지 않고도 ‘잠시 섬’을 할 수 있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Q. 제가 살던 지역에 좋은 커뮤니티가 있었는데, 누군가의 부정적인 행동으로 커뮤니티가 와해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커뮤니티로 만나는 사람들이 지역이 좁다 보니 다 서로 아는 사이라 난감했습니다. 강화유니버스에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그런 일이 있을 거 같은데 사례나 대처가 궁금합니다.
A. 강의 중간에 성평등 가이드북이랑 매거진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사실 그게 만들어졌던 이유는 저희가 이 지역에서 성폭력 사건을 경험했기 때문이거든요. 공동체에서 갈등이 있는 건 너무 당연하고 너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요. 그 갈등으로 와해되는 것도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매거진과 가이드북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에요. 갈등이나 위협을 모두 방어하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회복해 나갈 것인가,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 말고 우리 개인들은 어떻게 여기서 성장하거나 성찰하고 또 그다음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에 더 포커싱을 했어요. 그리고 저는 그 갈등을 만드는 사람이 특별히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어쩌다 보니 그런 일이 생겨나기도 할 테고요. 그리고 와해될 일이면 와해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와해되더라도 우리가 거기서 무엇을 배우거나 혹은 그다음에 어떻게 다시 모일 것인가를 더 고민하다 보니, 아까 보여드렸던 그런 가이드북, 매거진, 약속문 이런 것들을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