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강_전국을 연결하는 쥐구멍의 연대실험
여름이니까, 밀양ON에서 만나!
날씨 때문에, 휴가 때문에, 지역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만나기 어려워도, 우리의 연결을 막을 수 없다!
여름을 맞이하며, 2025 밀양은대학 온라인 계절학기 ‘밀양ON아카데미’가 열렸습니다.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총 6회의 온라인 강의를 준비했는데요.
7월에도 깊이 있는 이야기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가득했습니다.
도시쥐-시골쥐가 만나는 정거장 실험
밀양ON아카데미 7월의 주제는 ‘연결하는 기획’입니다.
7월의 첫 번째 시간에는 도시와 시골을 연결하는 <도시쥐정거장 실험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2018년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이주농부>, <별의별이주OO> 등의 사업을 담당하며 도시청년과 시골을 연결해왔던 조윤정님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이솝우화의 ‘도시쥐, 시골쥐’에서 영감을 얻어 요즘은 ‘쥐프로’라는 별명으로 활동하며, 전국 곳곳에 ‘쥐구멍’을 만들고 ‘쥐니버스(쥐 유니버스)’를 확장하고 있답니다.
쥐프로는 7년 동안 지속해온 진득한 청년 도농교류 경험을 바탕으로, ‘농촌’이라는 단어 뒤에 숨은 진짜 욕망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하기로 마음을 먹게 됩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실험, 지금 소개합니다.
❶ 우당탕탕 7년의 사업, 지속의 힘
실험은 <별의별이주OO>에서 출발합니다.
<별의별이주OO>은 도시청년들이 다양한 삶의 경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지역의 민간파트너가 협력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청년들이 지역에 2주 동안 체류하고, 그 과정에서 6-7개의 지역과 협력하고 연구와 기록을 병행했습니다.
(참가자가 업로드한 홍성에서 농부로 살아보기 브이로그 콘텐츠)
그런데 사실, 7년 동안 <별의별이주OO>이 순탄하기만한 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첫 3년은 서울시 청년허브 사업으로 운영되었지만, 프로젝트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순간도 있었거든요. 다행히 지역 현장들의 사업 참여 의지와 사업 담당자였던 쥐프로의 의지가 모이고, 삼선복지재단의 지원으로 프로젝트는 이어지게 됩니다.
쥐프로는 이 과정에서 ‘연구’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참가자와 파트너, 운영하는 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의 경험과 피드백을 놓치지않고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사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축적한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학습의 기회로 삼은 거죠.
그 결과, 실험은 새로운 이정표를 얻습니다. 지역이 도시 청년에게 ‘베푸는’ 것이 아닌, 좋음을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쪽으로요. 그리고 ‘매개자’의 역할과 ‘수도권 플랫폼’의 역할을 구분하기로요.
❷ 지역에도 통번역이 필요해
도농교류를 하다보니, 분명 사용하는 언어는 비슷한데 통하는 느낌이 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서울과 시골의 방식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걸까요? 쥐프로는 지역에도 통번역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매개자’는 곧 서울과 시골 문법을 통하게 하는 통번역자인 셈이지요. 지역살이 이전에 충분히 사전정보를 제공하는 오리엔테이션을 거치거나, 참여자가 지역에서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백’이나 ‘틈’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이에 더해, 쥐프로는 수도권플랫폼을 제안합니다. 수도권플랫폼은 ‘매개자’역할과 별개로, 수도권 내에서 농촌에 관심있는 청년들을 모으고 그 수요에 맞는 사업을 만드는 역할입니다. 이 새로운 실험은 공공 사업도, 재단의 후원도 없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출발합니다. 2024년 12월, 크라우드펀딩을 열고 본격적으로 1,389,185원의 씨앗자금을 마련하게 됩니다.
❸ 지금, 그리고 앞으로 도시쥐정거장은
(2025년 6월, 의성에서 진행한 정거장 프로그램)
(2025년 8월, 제천에서 진행되는 정거장 프로그램)
2025년 현재, 도시쥐정거장을 통해 진짜 실험이 시작됩니다.
기존 연결되어있는 네트워크가 있으니, 이를 기반으로 팝업처럼 쥐구멍 모임을 전국에서 이어가고 있어요.
짝수 달은 지역에서, 홀수 달은 서울에서 모임을 열어 관심있는 사람들의 느슨하고 실속있는 네트워크와 협력을 촉진합니다. 충북 제천에서 음악회를 열기도 하고요, 서울에서 로컬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가벼운 대화모임을 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경북 의성에서 산불 이후 일손을 돕고 전문가 포럼을 개최하며 지역과 우리가 서로 연결된 관계임을 상기하기도 했습니다.
느슨해보이는 도시쥐정거장 실험, 지속가능할까요?
쥐프로님은 솔직하게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크루쥐’라고 불리는 동료들을 전국에서 모아 협업하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운영하며 수도권과 지역 사이의 보이지 않는 거리를 좁히며 통번역을 자처하고 있지만, 이 실험이 과연 잘 설계된 것인가 스스로 계속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실험에 실패란 없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에겐 여전히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하니까요.
Q&A
Q. 쥐프로가 일궈온 연결을 기반으로 호혜적 관계망이 형성되었고 그 관계가 정거장이나 크루쥐 등등의 형태로 발전되고 있는 것 같아요. 연결이 확장되면서 네트워크의 농도는 옅어질 수 있을 텐데요. 그것에 대한 한계를 느끼시지는 않는지?
A. 저는 각자 다 다른 농도가 있다고 생각해요. 필요한 용도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임하는 에너지, 시간… 이런 것들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여러 단위의 방식이 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깊은 관계망이 필요한 프로젝트가 있을 수도 있고, 느슨한 연대로도 충분한 프로젝트도 있을 수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나 한계를 느끼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당장 한계를 느낄 여유가 없어요. 피드백을 받고, ‘다음에 어떻게 해볼까’, ‘이 실험을 했을 때 누구에게 유효할’까 이런 것들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상반기가 후르륵 지나갔어요. 이 연결이 확장되고, 여기에 동참하려고 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각각의 방식으로 진화하지 않을까’라고 믿고 있습니다.
Q. 도시쥐정거장 실험 프로젝트는 도시와 지역의 연결을 매개하는, 옛날 전화교환원이 생각나는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말씀하시는 것처럼 도시쥐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활동이 지속되기 위해선 지역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현장 특파원'이 필수적인데 이런 쥐들과는 어떻게 연결 되고 있는지 궁금해요. 수소문해서 찾고 계신지, 아니면 따로 수시 공고문 같은걸 올리고 계신지요?
A. 저도 이제 7-8년차 잖아요. 이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그동안 알게된 현장들도 있고, 새로운 곳들을 가보고 거기에서 알게 되는 분들이랑 접속이 되기도 하고요. 여러 경로로 만나게 됩니다. 아까 중요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외부인은 절대 알 수가 없으니까 그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저희는 이제 그걸 ‘지사장’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예를 들면 청년이든 청년이 아니든 상관없이 누군가가 왔을 때 안전하게 연결해 주는 현장의 누군가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이게 어떤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서라기보다는, 지금 현재는 굉장히 초기 단계이고 실험을 해나가는 상황이라서요. 계속해서 이런 실험을 하면서 만나는 분들을 통해서 또 다른 기획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지금 실험을 하게 된 곳들 대부분이 그런 방식으로 접속이 돼서 같이 하게 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계속 저도 공부하는 자세로 ‘어떤 현장이 있을까’, ‘거기에는 어떤 사람이 계실까’, ‘어떤 분에게 쥐덫을 놓을까’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미디어도 찾아보고 책도 찾아보고 또 전문가 분들한테 여쭙기도 하고 있습니다.